마음의 등불

11월 18일 묵상입니다

덕여 (悳汝) 2014. 11. 20. 18:04

 

11월 18일 묵상입니다

  [ 연중 제33주간 화요일 ] 최근 들어 많이 알려지고 있는 체코의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토마스 할리크 신부는 불확실성과 혼돈의 시대에 진정한 교회의 길을 여는 길잡이로 오늘 복음의 ‘자캐오 이야기’를 제시합니다. 그는 이 말씀을 묵상하며 우리 그리스도인이 자캐오를 멸시하며 바라보는 군중과 같은 관점에서 오늘날의 ‘자캐오’, 곧 세상과 교회 밖의 사람들을 대한다는 점에 대한 철저한 성찰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교회, 곧 우리 그리스도인이 피상적이고 오만하게 자캐오를 바라보는 모습에서 벗어나, ‘자캐오의 시각’에서 세상과 예수님을 바라보고, 또한 ‘예수님의 태도’로 자캐오를 만나야 한다고 촉구합니다. ‘자캐오의 시각’이란 사람들에게 밀려나 예수님을 멀찍이 바라볼 수밖에 없는 시선이며, 돌무화과나무 위에 몸을 숨긴 채로 예수님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시선입니다. 자캐오가 큰 부와 세력을 지녔지만 내적으로 황폐하며 공동체에 제대로 속하지 못한 이였듯이, 오늘의 자캐오들인 현대인들도 복잡한 사회 안에서 고립감과 내면의 부자유로 고민하고 번민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 움츠리고 있던 ‘키 작은’ 자캐오를 사람들 앞에 나서게 한 것은 그를 부르신 예수님의 태도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만한 모습으로 미리 준비된 답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먼저 눈을 맞추시며 그가 용기를 내도록 이름을 불러 주시고 그의 집에서 묵으신 예수님의 태도가, 언제나 문밖을 맴돌던 자캐오를 마침내 진리의 문 안으로 이끌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교회의 길이라는 할리크 신부의 묵상을 읽으며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추기경 시절에 하신 유명한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매우 지혜로운 신부님 한 분이 제게 말씀하시길, 지금 우리는 울타리 안의 아흔아홉 마리 양을 두고 한 마리 양을 찾아 나서는 착한 목자의 비유와 정반대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하셨습니다. 현재 울타리 안에는 단 한 마리 양이 있을 뿐 아흔아홉 마리 양이 길을 잃었는데 찾아 나서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이 말씀은 그저 누군가를 신자로 만들거나 일방적인 시혜를 베풀듯이 인생의 해답을 먼저 던져 주는 것을 뜻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그러하셨듯이 ‘자캐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자세, 곧 오늘의 자캐오들에게 따스한 시선을 보내며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는 자세, 그들과 손을 맞잡고 진실한 만남으로 나아가는 모습이야말로 우리 교회의 길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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