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등불

11월 3일 묵상

덕여 (悳汝) 2014. 11. 3. 17:50

 

11월 3일 묵상

 

 

   [ 연중 제31주간 월요일 ] 

오늘 복음은 가난한 이들을 초대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이 말씀에는, 교회는 친한 사람들이 끼리끼리 어울리거나
부유하고 학식과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특별히 대접받는
곳이 아니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오히려 가난한 이들이
초대받고, 아픔과 무거운 짐을 진 사람들이 조건 없이
받아들여지는 삶의 자리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을 실천하는 데 우리가 얼마나
주저하고 굼뜨며, 오히려 변명거리를 찾기에 급급한지
잘 압니다. 그러기에 말씀을 들으며 부끄러움과
부담감이 앞섭니다. 이러한 우리에게, 이 말씀에 따른
삶의 증언은 우리를 깨어나게 하면서 작은 일부터 실천할
용기를 줍니다. 지난 6월 오랜 병고 끝에 선종하신
미국 출신의 예수회 정일우 신부님이 좋은 모범입니다.
‘빈민 운동의 대부’로 불린 정 신부님은 그 어느 누구보다
이 땅의 문화와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시면서 억울하고
힘없는 이들과 늘 함께하셨습니다. 그분은 오랜 세월을
가난한 이들과 동고동락하시면서 그들 안에 참으로
복음적 삶이 살아 숨 쉰다는 사실을 체험하고
확신하셨습니다. 그러기에 교회가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것은 일방적 시혜가 아니라,
오히려 교회의 구원이고 행복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신부님의 생생한 강연을 담은 『가난살이』
의 한 대목을 읽으며, 가난한 이들을 초대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또한 우리를 참된 삶과 구원으로 초대하시는
말씀이라는 점을 마음에 새깁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있는 사람들을 구원해야 돼요.
바꿔서 말씀드린다면, ‘없는 사람들은 우리 교회의
구원’이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여러 번 느꼈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구원이 참인간이 되는 것이라면, 또 가난한
사람들이 제일 인간다운 사람이라면 그 사람들로부터
구원받아야지요. 우리 교회가 가난한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큰 거리를 두지 않고 함께 산다면 구원받을 겁니다.
교회가 가난한 사람들을 구원해 줄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그 반대로 가난한 사람들이 교회를 구원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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