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등불

한가위 묵상입니다

덕여 (悳汝) 2014. 9. 10. 12:56

 

한가위 묵상입니다

 

 

 

  [ 한가위 ] 추석은 하느님께 감사하고 진정 풍요로운 인생이란 무엇인지를 성찰하며 마음을 채우는 날이기도 하지만 맛깔스럽고 푸짐한 추석상에 둘러앉는 날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나누는 가족의 정담은 한 해의 시름을 잊게 합니다. 이 민족의 명절에 덴마크의 소설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두 차례나 노벨상 후보로 올랐던 이자크 디네센의 단편 소설 『바베트의 만찬』입니다. 이 이야기는 작가의 그리스도교적 영성과 예술가의 소명에 대한 원숙한 성찰, 그리고 여성의 섬세함이 잘 조화된 작품입니다. 주인공 바베트는 프랑스 혁명의 광풍 속에 노르웨이의 시골 마을로 몸을 피한 프랑스의 한 여인입니다. 그녀는 착하게 살아가는 어느 두 자매의 하녀이자 요리사로 지냅니다. 알 수 없는 베네트의 과거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충실함과 깊은 인품은 점점 바닷가 작은 마을 사람들의 신뢰와 사랑을 자아냅니다. 많은 세월이 흐른 뒤 그녀가 프랑스에서 어마어마한 금액인 1만 프랑의 복권에 당첨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람들은 축하하면서도 그녀가 고향으로 돌아가리라고 슬퍼합니다. 바베트는 ‘열두 명’의 이웃을 위하여 ‘마지막 만찬’을 준비합니다. 그날의 식탁은 사람들이 상상하지도 못했던 황홀한 음식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녀는 사실 프랑스 제일의 식당 ‘카페 앙글레’의 일급 요리사였던 것입니다. 혁명의 와중에 가족도, 친구도, 명예도 잃고 무명의 망명객이 된 바베트는 이제 자신을 환대한 이들에게 일생의 만찬을 대접합니다. 참으로 행복했던 만찬이 끝나고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며 `그녀에게 이제 떠나는지 묻습니다. 베네트는 자신의 소중한 것들은 프랑스에서 이미 다 사라졌을뿐더러 1만 프랑을 이번 만찬에 다 썼기에 그대로 남을 것이라고 답합니다. 또한 그 큰돈을 어찌 다 쓸 수 있었는지 묻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이렇게 답합니다. “카페 앙글레에서는 12인분 저녁 식사 재료비가 1만 프랑이에요.” 바베트가 자신의 모든 것을 다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 그날의 저녁은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아름다운 상징이라 할 것입니다. 이는 성체성사의 의미이기도 합니다. 한가위의 풍성함을 누리면서 우리와 이웃을 행복하게 하는 진정한 풍요로움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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