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골 노부부의 슬픈 설맞이
글/詩庭박 태훈
지난해만 해도 시골 노부부에게 며느리 그리고 손자가 서울에 살고 있어서해 마다 남들 처럼 추석 설 때에는 아들 식구가 시골로 내려와 다른 가정 처럼 차례도 지내고 성묘도 하고 다복한 가정이었습니다.
워낙 손이 귀한 터인지 손자는 삼대 독자랍니다.
할아버지 혼자 아들 혼자 손자 혼자 형제 없으니 삼대에 걸쳐 독자라고 부른답니다.
그런데 이번 설날은 노부부에게 가슴 미어지는 설날입니다.
불행은 삼년전 아들이 병으로 죽었습니다.
며느리하고 손자는 그래도 슬픔을 이기며 며느리가 직장 다녀 손자를 키웠습니다. 추석 설 때는 며느리와 손자는 꼭 시골에 왔습니다. 손자가 장손이라고 모두 귀여워 했습니다.
그런데 노부부의 작은 기대는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젊은것이 혼자 못 살거라고 짐작은 한 터이지만---
작년 가을에 며느리에게서 조심스레이 개가 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개만 까닥 했습니다. 그리고 겨울에 손자를 데리고 가서 살기로 하는 재혼 처라고 했습니다.
노부부는 그래 잘 키워라 성이 최씨니 어디 가겠냐 커서 우리집안 대를 이어야 하니까 노부부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월달에 6살 손자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할아버지 나 성 이랑 이름이랑 바꾸었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무슨 이야긴줄 잘 몰랐는데 언제부턴가 호주제 페지가 되면서 재가를 하면 성도 바꿀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설마 했는데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러면 우리 집안은 어쩌라고--
성도 이름도 바꾸어 버린 손자가 훗날 장손이라고 할아버지 최씨 집안 제사 묘 관리를 하겠습니까? 하도 답답해서 동네 이장한테 하소연 해 봤더니 법이 그러니 무슨 재주가 있겠느냐고--
그래서 지난번에 서울로 찾아가서 며느리하고 대판 싸웠습니다.
세상에 무슨 놈의 법이 남의집 문중의 문을 닫게 한다고 노부부는 분해 했습니다. 법이 그렇다는데--
노부부는 이법은 악법이라고 말해 보지만--
법이 그렇답니다.
이번 설에 손자가 할아버지 할머니 찾아 시골에 오겠습니까?
수소문 해보니 이번 설 연휴에 재혼 가족들 하고 외국 여행을 가버렸 답니다.
힘 없는 노부부 이번 설은 정말 가슴 미어지는 슬픈 설이 되었 습니다.
한가닥 희망이 손자 였는데--
무슨 놈의 법이 핏줄도 바꿔--
생각해도 억울한 악법 입니다.
두 노부부는 한 숨만 나오는 슬픈 설날 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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