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만 읽어 주세요.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스물여섯이던 그해 그녀는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오 년 동안이나 다니던 신문사를 그만 두어야 했습니다.
그녀는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취미로 쓰기 시작했지만 점점 심혈을 기울여 마침내 십년이나 걸려 천 삼십 칠 페이지나 되는 소설을 완성했습니다.
그녀는 두툼한 원고뭉치를 들고 출판사를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나 무명작가의 소설을 선뜻 받아줄 출판사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칠 년의 세월이 무심하게 흘러가자 그녀의 원고는 너덜너덜해 질 정도로 닳아 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의 한 지방신문에 "뉴욕에서 제일로 큰 출판사 사장이 애틀란타에 왔다가 기차로 되돌아간다."는 짤막한 기사가 났습니다.
그녀는 그 기사를 보자마자 원고를 들고 기차역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녀가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 맥밀란 출판사의 레이슨 사장이 막 기차에 올라타려던 중이었습니다.
그녀는 큰 소리로 그를 불러 세웠습니다.
"사장님, 제가 쓴 소설입니다. 꼭 한번 읽어주세요."
그는 마지못해 원고뭉치를 들고 기차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그는 원고 뭉치를 선반 위에 올려놓고는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그가 그러는 동안 그녀는 재빨리 기차역을 빠져나가 우체국으로 달려갔습니다.
얼마 후 기차 차장이 그에게 전보 한 통을 내밀었습니다.
그 전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한번만 읽어주세요."
그러나 그는 원고뭉치를 한 번 흘깃 쳐다볼 뿐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얼마 후 똑같은 내용의 전보가 또 배달됐습니다.
그래도 그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다시 세 번째 전보가 배달됐습니다.
그때서야 그는 그녀의 끈질김에 혀를 내두르며 그 원고뭉치를 집어 들었습니다.
기차가 목적지에 도착해 승객들이 짐을 챙기는 동안에도 그는 원고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출간된 소설이 바로 이십 칠 개 국어로 번역돼 천 육백만 부가 판매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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