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시절

길이 막혀 / 한용운

덕여 (悳汝) 2013. 3. 19. 09:20

 

 

길이 막혀 / 한용운

 

 

당신의 얼굴은 달도 아니언만

산넘고 물넘어 나의 얼굴을 비칩니다.

 

나의 손길이 왜 그리 짧아서

눈앞에 보이는 당신의 가슴을 못 만지나요.

 

당신이 오기로 못 올 것이 무엇이며

내가 가기로 못 갈 것이 없지마는

 

산에는 사다리가 없고

물에는 배가 없어요.

 

뉘라서 사다리를 떼고 배를 깨뜨렸습니까?

나는 보석으로 사다리 놓고 진주로 배 모아요

오시려도 길이 막혀서 못 오시는 당신이 기루어요.

받은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