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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좌지기(宥坐之器)

덕여 (悳汝) 2013. 12. 13. 15:40

 

 

 

 

유좌지기(宥坐之器)

 

 

일찍이 공자가 주나라 환공(桓公)의 사당에 간 일이 있었다.

 

환공의 사당 안에는 의식에 사용하는 의례용 기구인 의기(儀器)가 있었다.

 

그것은 자유로이 기울어질 수 있도록 그릇을 매달아 놓은 기구였다.

 

공자가 사당을 지키는 이에게 물었다.

 

"이것은 무엇을 하는 그릇입니까."

 

그러자 사당지기가 대답하였다.

 

"늘 곁에 두고 보는 그릇, 즉 유좌지기 입니다."

   

그 말에 공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하였다.

 

"유좌지기는

 

속이비면 기울어지고,

 

적당하게 물이 차면 바로 서 있고,

 

가득 차면 엎질러진다고 하지요."

 

천하의 성군(聖君)이었던 환공은

 

평소에 속이 비면 이리저리 기울고

 

가득 채우면 엎질러지고

 

적당하게 물을 채워야만 중심을 잡고

 

바로 서 있는 유좌지기를 보면서

 

자신이 어떻게 마음을 잡고

 

욕망을 간수해야 하는가의 교훈을 얻곤 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어느 쪽으로 치우치는 일 없는

 

중용(中庸)의 도(道)를 강조한 공자에게 있어

 

환공의 유좌지기야 말로 자신의 사상을 대변하는

 

그릇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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