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시절

"문화재 되찾는 데 일생 바친 故 조창수 여사, 내 어머니"

덕여 (悳汝) 2013. 7. 21. 17:49

 

"문화재 되찾는 데 일생 바친 故 조창수 여사, 내 어머니"

↑ [조선일보]18일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에서 만난 에릭 스완슨 총지배인.

그는 “사람 사이의 정을 귀하게 여기는 한국 사회는 따뜻하고 매력적”이라고 했다. /이진한 기자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에릭 스완슨(Swanson·54) 총지배인은 호텔의 객실·복도 등에 내걸리는 한국 미술품 추천에 직접 참여한다.

호텔 직원들은 객실에 '한국적 인테리어'가 필요하면 미국인인 총지배인에게 조언을 구한다. 한국에서 근무하는 외국 CEO들은 한국과 한국인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해 곤란을 겪을 때면 그를 찾는다.
지난 18일 오전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호텔 21층에서 만난 에릭 스완슨은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서울 구석구석의 지명과 그 유래를 척척 설명했다.
함께 있던 한국인 직원들이 무안한 표정을 지었다.

푸른 눈의 서양인인 그가 한국 문화와 역사를 훤히 알고 있는 것은 한국인인 어머니 덕분이다. 그의 모친은 일생을 밀반출된 우리 문화재를 되찾는 데 헌신한 고(故) 조창수<작은 사진>여사(1925~2009)다.
1948년 미국에 건너간 조창수 여사는 워싱턴주립대에서 민속학을 전공했고, 스웨덴계 미국인 교수와 결혼했다.
에릭 스완슨은 이들 부부의 맏이. 1994년 천신만고 끝에 북한에서 귀환한 '탈북 국군 포로 1호' 조창호 중위(1932~2006)는 조창수 여사의 남동생으로 스완슨씨의 외삼촌이다.

조창수 여사는 1965년부터 44년 동안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 아시아 담당 학예관으로 근무했다. 고종 황제의 옥새를 비롯해 사라진 줄만 알았던 국보급 문화재 93점이 조창수 여사 덕분에 고국의 품에 돌아왔다. 학예관으로 재직하며 '한국 인류학에 관한 문헌 목록', '은둔의 나라 민족지학' 등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책 20여권을 펴냈다.
2007년 스미스소니언에 '한국관'을 개관하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국관'은 스미스소니언 최초의 국가 단위 상설 전시관이다. 그리고 이 전시관을 위해 전 재산 4억원을 기부했다.

에릭 스완슨은 2009년 작고한 어머니의 유지를 받들어 조창수 여사가 소장하고 있던 문헌 자료 357권을 최근 서강대에 기증했다. 서강대는 지난 6월 기증 자료를 일반에 공개하는 '자랑스러운 한국의 딸 조창수' 전시회를 열었다.

그가 기억하는 어머니는 전 세계에 한국의 역사, 문화 그리고 예술 작품을 소개하고 전파하는 일에 푹 빠져 있었다. "늘 바쁘셨지만 자녀 교육에도 열정적이셨죠. 회초리도 들며 한국식으로 엄하게 가르치셨어요. 학교 성적이 나쁜 것으로 혼나본 적은 없지만, 거짓말하면 용서하지 않으셨습니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호텔리어'로 미국, 이집트, 인도, 중국 등 전 세계를 누볐다. 1996년부터 3년간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근무했고, 2006년부터는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 총지배인으로 다시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는 고향인 미국보다 매력적"이라며 "은퇴 후에도 한국에 정착할 계획"이라고 했다. 여자 친구도 한국인이다. 뮤지컬 배우 전수경씨. 에릭 스완슨은 관광·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09년 서울시로부터 '명예시민증'을 받기도 했다.

안전행정부는 오는 9월 대전에서 '여성, 사회를 변화시키다' 전시회에 조창수 여사와 관련한 코너를 만들 계획이다. 10월엔 조창수 여사의 모교인 경기여고에서도 전시가 열린다. "어머니의 발자취를 따라 저 역시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 문화재를 지키는 후원자로 활동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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