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입춘(立春)
정월(正月)은 맹춘(孟春)이라 입춘(立春) 우수(雨水) 절기(節氣)로다 산중(山中) 간학(澗壑)에 빙설(氷雪)은 남았으니 평교(平郊) 광야(廣野)에 운물(雲物)이 변하도다.
-농가월령가 정월 령-
봄을 기다리는 것이 어찌 우리 사람들뿐이겠는가. 겨울 내내 굶주린 새들이, 짐승들이, 산천초목들이 다 함께 기다리고 있는 것이 봄이다. 그렇게 기다리던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立春)이 2월 4일(월)이다.
24절기 중에 1년 중 가장 추운 날이 언제일까? 그것을 기상청이 1971년부터 2000년까지 30년 동안 서울을 기준으로 하여 평균값으로 분석하여 보았더니 가장 추운 날은 입춘(立春) 무렵인 2월 4일로 영하 -7.5도였다 한다. 그 다음이 대한이고, 그 다음이 소한이라 한다. 그래서 '입춘(立春) 추위 김장독 깬다.'라는 속담이나, '꽃샘추위' 란 말이 생겼나 보다. 통계가 과학이라면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갔다가 얼어 죽었다.' 라는 속담은 옛이야기가 되고 만 것일까.
절기란 한 해를 스물넷으로 나눈 기후의 표준점으로, 15일마다 바뀐다. 1년 중 한 해 24절기의 시작인 입춘은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에 있다. 금년 2월 18(월)일이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다. 이 무렵 오는 비는 언 땅을 녹이며 따뜻한 봄을 재촉하는 비로, 겨울 내내 굶주린 동물을 깨우는 계절이 시작되는 비이기도 하다.
절기의 전날을 절분(節分)이라 하는데 입춘(立春) 전날 밤을 '해넘이' 라 하는 것을 보면 계절의 시작인 입춘을 새해처럼 기다렸던 것 같다. 해넘이 날에는 방이나 문에 콩을 뿌렸다. 콩이 새해 액운(厄運)을 막아 준다고 생각해서이다.
입춘 날 복(福)을 비는 풍속 중에 입춘서(立春書)가 있다. 대문이나 기둥에 두 줄로 '立春大吉 建陽多慶(입춘대길 건양다경), 國泰民安 家給人足(국태민안 가급인족), 掃地黃金出 開門萬福來(소지황금출 개문만복래)' 등을 써 붙인다.
더 적극적으로 복을 비는 풍습도 있었다. 남 몰래 냇가의 징검다리에 돌을 놓아주던가, 헐벗은 이에게 옷가지를 주던가, 병자를 돕던가, 부처님께 염불공덕 하는 적선공덕의 미풍이다. 이것은 남을 돕는 착한 일로 덕을 쌓아 연중 액(厄)을 면하여 복을 받고자 하는, 우리가 계승하였으면 하는 미풍양속이다.
입춘날 비가 내리면 만물을 소생시킨다 하여 반기었고, 그때 받아둔 물을 입춘수(立春水)라 하여 부부가 마시고 동침하면 아들을 낳는다 하여 소중히 여겼다. 이물로 술을 담가 먹으면 남정네의 양기가 좋아지고, 이 물로 엿을 고아 먹으면 그해의 백가지 병을 막을 수 있다고도 하였다.
'아홉 차리' 하면 복이 온다고 하는 풍습도 있었다. 입춘을 전후하여 각자가 맡은 일을 아홉 번씩 되풀이하는 세시민속(歲時民俗)이다. 서당 아이들은 천자문(天字文)을 아홉 번 읽고, 나무꾼은 아홉 짐의 나무를 하고, 노인들은 아홉 발의 새끼를 꼬고, 계집아이들은 아홉 바구니의 나물을 캐고, 밥도 이 날만큼은 하루 아홉 번을 먹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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