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시절

左派의 ‘명예 살인’ -서지문/고려대 문과대 교수·영문학

덕여 (悳汝) 2012. 11. 17. 10:29

 

 

左派의 ‘명예 살인’

                 서지문/고려대 문과대 교수·영문학

 

31세의 민주통합당 김광진 ‘의원’이 백선엽 장군을 ‘민족반역자’라고 매도했다고 한다.

국회의원이 어떤 직책인지에 대한 개념도 없고 국회를 아무 말이나 내뱉어서 나라를 휘저어 놓을 자기들의 놀이터로 아는 국회의원은 김광진이 처음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 국회가 철부지들의 막말 경연장이 된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

백 장군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지금 김광진 이상으로 사리분별 없는 김정은 치하에서 기아(饑餓)에 허덕이며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의 수용소에 끌려갈까봐 전전긍긍하며 살고 있지 않을까?

김광진처럼 개념 없는 철부지는 일찌감치 탄광에 끌려가서 그가 좋아하는 채찍을 소나기처럼 맞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6·25동란 발발 직후 완전 무방비 상태였던 우리 군(軍)을 급히 추슬러서 거센 파도처럼 밀고 내려오는 북한군에 의한 서울 함락을 사흘 늦춘 것도 백 장군의 공이고, 전쟁의 전 과정을 통해 가장 침착하고 체계 있게 군을 지휘해서 우리 군이 유엔군의 신뢰와 협조를 얻어 나라를 보전한 공로도 큰 부분이 백 장군의 몫이 아니겠는가?

김광진이 한국동란사에 무지해 오늘날 한국 국민이 백 장군에게 지고 있는 빚을 모르기 때문에 그따위 ‘싸가지 없는’ 말을 했을 수 있다.

그러나 어쩌면 김광진은 백 장군이 남침하는 북한군을 열렬히 환영하고 김일성에게 우리나라를 통째로 바쳤어야 충신인데 대적해 싸워서 나라를 지켰기 때문에 반역자로 증오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김광진의 발언은 질책을 하고 시비할 감도 못되는 헛소리다.

그러나 참으로 애석하게도 그런 철부지들의 말 같지 않은 말들로 인해 나라가 흔들리고,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의 간극은 심연이 되고 있다.

젊은이들은 우리나라를 온통 악인(惡人)들만 잘살고 출세하고, 우리의 근대사에서 자랑스러운 것, 배우고 본받아야 할 것이 하나도 없는 오물처리장 같은 나라로 인식하게 됐다. 1인당 국민소득 56달러의 나라를 반세기 안에 2만 달러의 나라로, 피압박 민족을 당당한 세계시민으로 키운 기성세대의 공은 공이 아니고 죄가 돼 버렸다.

 

이른바 ‘진보’를 자처하는 좌파들의 우리나라 건국 주역, 근대사의 주요 인물에 대한 갖가지 폄훼와 중상모략 발언 가운데는 김광진의 막말만큼이나 부당하고 역사인식의 결여에서 나온 것이 많다.

그들의 새총에 맞아 많은 우리 근대사의 주요 인물이 진흙탕에 쓰러졌다.

그리고 그들이 노린 바대로 과거 요인들의 계승자로 인식된 보수진영이 수세에 몰려서 나라가 분열되고 가치가 전도되는 현상을 안타깝게 바라보고만 있다.

좌파의 대대적이고 조직적인 명예 살인이 먹혀든 것이다.

 

친일파 논쟁만 하더라도, 일제강점기에 동포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이를 악물고 일제와 타협해야 했던 많은 인사도 모두 악질 친일파와 한 부류로 매도됐다.

악랄한 일제 치하에서 기업과 언론과 교육을 육성해서 국민의 힘을 배양하기 위해 총독부에 끊임없이 시달려야 했던 김성수 선생 같은 분을 친일파로 매도하는 것이 역사바로세우기 인가? 과거사와의 화해인가?

 

근래에 중국에서 마오쩌둥(毛澤東) 생가 등을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중국은 공산혁명을 성공으로 이끌었으나 집권 후 자신의 권력이 흔들릴 때마다 백화운동(百花運動)·대약진·문화혁명 등 대대적인 숙청과 살상으로 줄잡아 7000만의 인민을 직간접으로 살해하고 최고인재를 거의 다 죽이거나 폐인으로 만들며, 수천 년의 찬란한

문화재를 무수히 파괴한 마오쩌둥을 아직도 국부(國父)로 기리고 있다.

마오쩌둥은 ‘대약진’이라는 주먹구구식 경제정책으로 인해 인민이 무더기로 굶어죽는 중에도 외화를 벌고 종주국 행세를 하기 위해 식량을 수출하고 북한과 월맹에 원조까지 했다.

마오쩌둥의 박해를 받아 모진 고난을 겪고 목숨도 잃을 뻔했던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마오쩌둥의 공(功)이 8이고 과(過)가 2라며 그의 ‘국부’ 지위를 유지시킨 것은 중국 사회가 파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었겠는가.

한국의 좌파는 대한민국 파괴가 목표인지 그저 몰지각한 것인지 정말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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