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시절

독도 소동을 바라보며 - 김 태 희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덕여 (悳汝) 2012. 9. 3. 10:48

 

제 243 호
독도 소동을 바라보며
김 태 희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독도는 척도다. 일본이 침략국가로서의 과거를 청산하고 이른바 ‘정상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아시아는 이미 약육강식의 시대를 청산하고 공존번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일본은 중요한 주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대한 일말의 위구심을 완전히 털어버리기 어렵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척도가 독도에 대한 일본의 태도다.

  일본은 꾸준히 독도에 관한 논리를 축적해왔다. 우리가 실효적 지배를 이유로 무시하든 말든 일본의 행태로 보아 언젠가는 쟁점화하리라는 것을 예측하게 했다. 실효적 지배를 과시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자체가 문제될 것 없다. 다만 전후에 보여주는 처신이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얄팍하고 가볍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기왕 일어난 일. 일본 제 분야의 반응을 다각적이고 면밀하게 체크해, 향후 진중하고 전략적인 대응을 모색해야 할 터이다.

주체성을 유지하면서 세계정세에 적극 대응

  우리는 세계질서에 비교적 잘 적응해 왔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동방의 작은 나라’라고 스스로 인식하면서 중국 중심의 세계질서 속에 잘 적응했고 독립을 유지해왔다. 그 바탕에는 이른바 ‘동인의식’이 있었다. 나라의 기원을 단군조선과 기자조선에 두었는데, 단군은 고유성·자주성 내지 주체의식을, 기자는 세계성·보편성 내지 문명의식을 상징했다. 동인의식은 양자가 결합된 인식체계라 할 수 있다.

  조선 초기의 외교관계와 세종시대 나온 여러 문물은 양자가 잘 결합된 것이었다. 그러나 성리학이 지배적 이념이 되면서 기자조선이 단군조선을 압도했다. 기자조선론에 내장된 중화주의로 경도된 것이다. 중국 중심의 세계에서 변방에 있었던 일본에게 침략당하고, 이어서 중원의 패자가 명에서 청으로 바뀌는 변역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것은 중화주의라는 이념에 묶여 현실을 도외시한 결과였다. 항복의 수치를 당하고도 소중화주의로 자위하고 시대착오적인 북벌론으로 내부단속하기에 급급했다.

  실학자들은 바로 이런 관점을 바꾸고자 했다. 담헌 홍대용은 중화와 오랑캐의 구분을 부정했고, 연암 박지원은 청조의 선진문물을 배워야 북벌도 가능하다고 했다. 연암은 청조가 안으로는 한족에 대해, 밖으로는 몽골, 티벳, 조선에 대해 어떤 전략을 쓰는지를 간파하면서 청조가 몰락할 기미를 살펴 <열하일기>에 담았다. 일종의 세계패권전략에 대한 보고서인 셈이다.

  그러나 자폐에 안주했던 조선은 다시 세계정세의 변화에 대한 이해와 대응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아시아에서 중국 패권이 몰락하고 서구 중심의 패권질서가 수립될 때, 일본은 재빨리 군사력을 정비하여 영국 패권의 하위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일본이 러일전쟁을 통해 러시아 군대를 분쇄한 것은 영국의 세계전략에 편승한 것이었다. 그 가운데 조선은 희생양 내지 디딤돌이 되었고, 식민지로 전락했다. 엊그제 8월 29일이 바로 국치일 102돌이었다.

  일본의 침략욕은 지나쳐서 영·미 패권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졌고, 아시아 인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긴 후 전쟁에 패하고서야 멈추었다. 세계패권은 미국과 소련의 양극체제로 바뀌었다. 미국의 아시아 제1 관심사인 중국이 동구 진영에 넘어가는 바람에 패전국 일본은 부활하여 미국 패권의 하위파트너가 되었다. 이러한 세계 패권질서의 변동 가운데, 우리는 주체적 힘을 상실한 채 나라를 잃었다가 되찾았고 또 분단되었다.

이웃과 평화 공존할 수 있는 지혜와 전략을

  서구 진영에 속한 남한은 반쪽이나마 미국의 세계질서에 잘 적응해 성취를 이뤘다. 소련 패권이 몰락하고 동서의 벽이 무너지는 격변을 맞이해서는 더 이상 진영 대결의 논리에 안주할 수 없었다. 우리는 북방외교로 변화에 적극 대응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명박 정부는 외교의 무전략과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과의 관계는 가볍고 변덕스러워 또 어찌 바뀔지 불안하다. 수교 20년의 중국 관계도 어리둥절하고 답답할 뿐이다. 대북정책과 관련하여 중국에 짜증을 내곤 하는데, 대북대결정책을 유지한 채로 다른 나라와의 외교관계에서 높은 명분과 도덕성을 확보할 수 없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강조하며 중국 위협에 동참하고 있는데, 우리의 진정한 국익은 논외로 하고 협력론과 위협론을 오가는 미국의 대중정책에 제대로 장단을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제는 아시아에서 이웃을 적으로 삼는 원교근공의 발상을 버려야 한다. 근대 열전과 냉전을 이끌었던 진영 대결의 논리도 마찬가지다. 무능한 지도자들이 자국 국민의 민족주의 감정을 부채질해서 인기를 만회하려는 작태도 사라져야 한다. 각국의 건강한 시민사회의 교류와 연대가 필요하다.

  올해가 임진년, 그제가 국치일. 오늘의 독도 소동과 지나온 역사를 돌아보면서 우리의 생존전략이 무엇인지, 이웃나라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지혜와 전략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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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태희

· 다산연구소 연구위원(전 기획실장)
· 정치학박사


· 논저 : <정조의 통합정치에 관한 연구>(2012)
           <다산, 조선의 새 길을 열다>(공저, 2011)
           <왜 광해군은 억울해했을까?>(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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