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인생

임진년의 작은 소망 - 다산포럼

덕여 (悳汝) 2012. 1. 3. 14:40

제 585 호
임진년의 작은 소망
송 재 소 (성균관대 명예교수)

우리나라의 무역규모가 연간 1조 달러를 돌파했다는데 이것을 서열로 따지면 세계 9위라고 한다. 나같이 유년 시절의 궁핍을 경험한 사람에게는 실로 놀랄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우리나라는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작지만 강한 나라임에 틀림없다. 경제력뿐만 아니라 박찬호, 박세리, 조수미, 김연아, 신경숙 등이 다방면에서 대한민국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원래 우리 민족은 우수한 자질을 구비하고 있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일찍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사기』에 “동이(東夷)는 어질고 선하다”고 했는데 참으로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하물며 조선은 정동(正東)의 땅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그 풍속이 예(禮)를 좋아하고 무(武)를 천하게 여겨 차라리 약할지언정 포악하지 않으니 군자(君子)의 나라이다. 아! 이미 중국에 태어나지 못할진대 오직 동이(東夷)뿐인지고.

“동이(東夷)”는 우리나라를 지칭하는데 “예를 좋아하고 무를 천하게 여기는” “군자의 나라”라고 했다. 물론 다산도 중국을 존숭하는 시대적 한계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그러나 내심으로는 우리가 적어도 문화적으로는 중국과 대등한 수준에 있다고 생각했음이 틀림없다. 이것은 다산의 다른 글을 읽으면 분명히 드러난다. 이런 문화강국이 이제 경제적으로도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나라가 되었으니 우리 민족의 우수성은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다. 올림픽 경기, 월드컵 경기, 세계 육상선수권 대회를 이미 개최했고 여수에서는 세계 박람회가, 평창에서는 동계 올림픽이 개최된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회의 어두운 곳에서는 빈곤 계층이 아직도 존재하고 남북은 여전히 분단되어 있으며 정치판은 비생산적인 싸움만 벌이고 있다. 

고운 말로 인격을, 바른 말로 국격을····

새해에는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기를 바라면서 나 개인적으로 조그마한 소망 하나를 가져본다. 신장된 국력에 걸맞는 품위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사람의 품위는 여러 가지로 나타나지만 가장 직접적으로 품위를 드러내는 것이 ‘말’이다. “말은 사상의 옷이다”라는 격언이 있다. 말을 보면 그 사람의 사상, 생각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즈음 인터넷의 바다에 떠도는 막말을 보면 참으로 한심한 생각이 든다.
 
사회의 지도급 인사인 판사의 페이스북에 “가카새끼 짬뽕”, “가카가 쳐말아 먹은 비릿한 그 맛” 등의 비속어가 올라 있고, 역시 지도급 인사인 고교 교사가 “우리나라 대법원이라든가 헌법재판소의 영감탱이 법관 새끼들이 전부 시대적으로 볼 때 어긋나게 꼴통 짓을 하고 있다”는 등의 막말을 서슴치 않고 토해낸다. 이런 판국에 일반 네티즌들도 가세했다. ‘나꼼수’의 진행자인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대법원 재판부의 주심 이상훈 대법관을 두고 “쥐새끼 이상훈과 암컷 쥐와 그 자식 쥐들을 만천하에 공개해 대한민국 땅에서 숨 쉬고 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상훈 대법관은 조폭 깡패와 동일, 니 더러운 얼굴에 침을 뱉어주마” 등의 글을 트위터에 올리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한 권리가 있다. 그러나 같은 생각이라도 좀 더 품위 있게 표현할 수는 없을까? 친구끼리 만나서 “네 아버지 잘 있나?”라 말하는 것과 “자네 춘부장께서 평안하신가?”라 말하는 것은 같은 내용이지만 표현방법의 차이로 인해 전혀 다른 효과를 가져온다. 말을 거칠게 하면 그 사람의 인격도 거칠게 되고 거친 말을 뱉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 나라의 국격(國格)이 거칠게 된다.
 
새해에는 인터넷에 의해 더러워진 말부터 정화해보는 것이 어떨까? 그렇게 하는 것이 개인의 품위도 유지하고 국가의 품위도 유지하는 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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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송재소
· 성균관대 명예교수
· 전통문화연구회 이사장
· 저서 : <다산시선> 
           <다산시연구>  
           <신채호 소설선-꿈하늘> 
           <한시미학과 역사적 진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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